새벽배송 서비스가 대중화된 이후로 마트를 거의 안 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앱을 열고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문 앞에 있는 편리함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식비가 계속 늘었고, 왜 그런지 파악해보기 위해 두 달에 걸쳐 주말에는 마트, 평일에는 새벽배송으로 나눠 써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단가만 놓고 보면,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채소와 과일은 마트가 10~20% 저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벽배송은 소포장 단위가 많고, 소포장의 단가는 대포장보다 높습니다. 반면 육류나 간편식은 새벽배송 앱 할인 쿠폰이 적용되면 비슷하거나 더 싼 경우도 있었습니다.

더 큰 차이는 '안 사도 되는 것을 사게 되는 구조'에 있었습니다. 마트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만 사고, 물리적 무게 때문에 담는 양에 자연스러운 제한이 생깁니다. 반면 새벽배송 앱은 연관 상품 추천, 묶음 할인, 무료배송 최소금액 맞추기 등이 구매를 유도합니다. 저는 무료배송 조건을 맞추려고 필요 없는 간식류를 습관적으로 담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양도 달랐습니다. 마트에서는 필요한 만큼 낱개로 살 수 있는데, 새벽배송은 소포장이라도 일정 수량 이상이어서 남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채소류는 마트에서 낱개 구입이 가능한 반면, 새벽배송에서는 최소 500g 단위 이상이어서 1~2인 가구에는 과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둘을 섞어 씁니다. 신선 채소, 과일 같은 장기 보관이 어려운 것은 마트에서, 세제나 생수처럼 무겁고 급하지 않은 것은 새벽배송으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식비가 10만 원 이상 줄었고, 냉장고에서 버리는 것도 확실히 줄었습니다. 편리함은 적당히 활용하되, 구조적으로 더 쓰게 만드는 방식에는 의식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